2022년 8월, 전 세계는 뉴욕 강연 단상에서 끔찍한 피습을 당한 세기의 문호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 소식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는 치명적인 부상에도 불구하고, 그는 2024년 회고록 '나이프(Knife)'를 통해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에 '언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마침내 그가 상처와 트라우마를 넘어 작가 본연의 모습, 즉 '이야기꾼'으로 돌아왔습니다.
**살만 루슈디 신작 소설집 '11번째 시간 (The Eleventh Hour: A Quintet of Stories)'**은 그가 피습 사건 이후 처음으로 펴내는 픽션(Fiction)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신간을 넘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거장이 자신의 삶과 문학을 집대성하며 던지는 묵직하고도 경이로운 질문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작가 살만 루슈디의 가장 최신작, '11번째 시간'의 주요 주제와 구성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1. '나이프'를 넘어, 다시 '상상력'으로
살만 루슈디는 회고록 '나이프'에서 자신을 공격한 '칼'에 맞서 '언어'라는 칼로 싸우며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돌파했습니다. 그것이 사실(Fact)을 기록하는 방식의 응전이었다면, 이번 신작 '11번째 시간'은 상상력과 허구(Fiction)를 통한 예술적 승리를 선언합니다.
이 책은 그가 겪은 끔찍한 사건 자체를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그 사건이 그에게 각인시킨 '죽음', '필멸성', '기억', 그리고 '유산'이라는 주제를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과 지적인 유머로 풀어냅니다. 폭력은 육체를 상하게 할 수 있어도,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 창조 행위 자체를 멈추게 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2. '11번째 시간'은 무엇을 다루는가?
'11번째 시간'은 제목(부제 'A Quintet of Stories')에서 알 수 있듯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집입니다. 여기에는 2편의 단편과 3편의 중편(노벨라)이 포함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관통합니다.
책의 제목인 **'11번째 시간(The Eleventh Hour)'**은 '마지막 순간에 임박하여'라는 뜻을 지닌 관용구입니다. 루슈디는 이 책을 통해 인생의 황혼기, 즉 죽음을 앞둔 인간이 마주하는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탐구합니다.
- 주요 테마: 노년, 죽음, 기억과 망각, 사랑, 예술가의 유산, 그리고 우리가 남기고 가는 것들.
- 배경: 그의 삶의 궤적을 반영하듯, 이야기들은 그가 삶을 영위했던 세 개의 대륙(인도, 영국, 미국)을 넘나들며 펼쳐집니다.
3. 다섯 개의 이야기: 죽음과 삶의 변주곡
'11번째 시간'에 수록된 다섯 편의 이야기는 루슈디 문학 세계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1) "레이트 (Late)" 캠브리지 대학의 한 교수가 죽은 뒤 유령이 되어 자신이 사랑했던 학생의 곁을 맴도는 이야기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 남겨진 자와 떠난 자의 관계를 루슈디 특유의 환상적인 문체로 그립니다.
2) "오클라호마 (Oklahoma)"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미완성 소설 '아메리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한 작가의 의문의 자살 혹은 실종을 추적하며 예술가의 삶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수수께끼 같은 중편입니다.
3) "광장의 노인 (The Old Man in the Piazza)" 피습 사건 이전부터 구상했던 작품으로, 광장의 현자로 추앙받는 한 노인을 통해 '표현의 자유'라는 루슈디의 평생의 화두를 우화적으로 풀어냅니다.
4) "남쪽에서 (In the South)" 인도 첸나이를 배경으로, 연금을 받기 위해 매주 우체국을 방문하는 두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노년의 삶과 우정, 그리고 국가적 재난 속 개인의 비극을 담담하게 그립니다.
5) "카하니의 음악가 (The Musician of Kahani)" '한밤의 아이들'을 연상시키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뭄바이를 배경으로 초자연적인 음악적 재능을 가진 여성이 억만장자 가문의 억압에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4. 죽음의 고찰을 넘어, 삶의 찬가로
살만 루슈디의 신작 '11번째 시간'은 표면적으로 '죽음'과 '종말'을 다루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파고드는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삶의 가치'**입니다.
그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폭력 앞에서 무너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경험을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아 더욱 깊어진 통찰을 선보입니다. '나이프'가 자신의 생존을 기록한 고통스러운 증언이었다면, '11번째 시간'은 그가 왜 살아야 했는지, 그리고 작가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찬란한 예술적 부활의 증거입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 닥쳐올 '11번째 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Q1: '11번째 시간'은 장편 소설인가요? A: 아닙니다. '11번째 시간'은 5편의 이야기(2개의 단편, 3개의 중편 소설)가 묶인 **소설집(Story Collection)**입니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죽음과 유산'이라는 공통의 주제 의식을 공유합니다.
Q2: 2022년 피습 사건에 대한 내용이 직접 나오나요? A: 아닙니다. 피습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은 2024년에 출간된 회고록 '나이프(Knife)'에 담겨 있습니다. '11번째 시간'은 그 경험 이후 작가의 내면에서 깊어진 '죽음'과 '필멸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녹아든 **픽션(소설)**입니다.
Q3: '나이프'를 읽지 않아도 '11번째 시간'을 이해할 수 있나요? A: 네, 물론입니다. '11번째 시간'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 독립적인 소설집입니다. 다만, '나이프'를 먼저 읽는다면 작가가 어떤 경험을 딛고 이 소설들을 썼는지 이해하게 되어 작품의 감동과 깊이가 배가될 수 있습니다.
Q4: '11번째 시간' 한국어 번역본은 언제 출간되나요? A: 이 책은 2025년 11월 4일에 미국과 영국 등에서 영어 원서로 출간되었습니다. (2025년 11월 7일 기준) 아직 한국어 번역본 출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살만 루슈디의 명성과 전작 '나이프'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미루어보아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출간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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