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vs 가래떡데이, 11월 11일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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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달력이 이 날짜에 가까워지면 전국의 편의점과 마트는 일제히 화려한 포장의 막대 과자들로 가득 찹니다. 연인, 친구, 동료 간에 달콤한 과자를 주고받는 '빼빼로데이'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날은 우리 쌀로 만든 쫀득한 '가래떡'을 나누는 '가래떡데이'이기도 합니다.

똑같은 날짜에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두 기념일,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는 매년 우리에게 달콤한 상업성과 의미 있는 전통적 가치 사이의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이 글에서는 11월 11일의 두 얼굴, 두 기념일의 유래와 의미, 그리고 2025년 현재의 최신 흐름까지 깊이 있게 비교 분석해 드립니다.


1. 달콤한 유혹: 빼빼로데이의 시작과 현재

빼빼로데이는 오늘날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대한민국 3대 '데이 마케팅'의 정점으로 불립니다.

1) 1990년대, 학생들의 놀이 문화에서 시작

빼빼로데이의 시작은 의외로 기업이 아닌 학생들로부터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부산·경남 지역의 여학생들 사이에서 '1'자처럼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숫자 '1'이 겹치는 11월 11일에 친구들끼리 막대 과자를 주고받는 문화가 생겨났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 소소한 학생들의 놀이 문화는 곧 언론에 소개되었고, 관련 제과 업체가 이를 놓치지 않고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 기업 마케팅의 정점과 상업성 논란

제과 업체의 대대적인 홍보(프로모션)와 유통가의 가세로 빼빼로데이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단순한 과자 선물을 넘어, 다양한 캐릭터와 협업한 한정판 상품, 고가의 선물 세트가 등장하며 11월의 가장 큰 소비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는 **'지나친 상업성'**이라는 비판이 항상 따라붙었습니다. "특정 기업의 배만 불리는 상술이다", "선물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3) 2025년 최신 동향: 내수 부진과 세계화 전략

최근 몇 년간 빼빼로데이의 국내 열기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여파(원조 논란이 있는 일본 '포키'의 영향), 2020년 코로나19 사태, 2022년 이태원 참사 애도 분위기, 그리고 2023년의 고물가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대대적인 마케팅이 축소되었습니다.

이에 2025년 현재, 제과 업계는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세계화'입니다. 침체된 내수 시장을 넘어,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빼빼로데이를 '한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기념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올해(2025년) 역시 유명 K-팝 그룹(스트레이 키즈 등)을 모델로 기용하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로스앤젤레스(LA),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대대적인 국외 광고를 집행하는 등, 내수 활성화와 동시에 세계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 우리 것의 가치: 가래떡데이와 농업인의 날

빼빼로데이의 화려함에 가려져 있지만, 11월 11일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정한 매우 중요한 법정 기념일입니다.

1) 11월 11일의 본래 의미: '농업인의 날'

1996년, 정부는 농업이 국민 경제의 근간임을 알리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날짜가 11월 11일인 이유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한 해의 농사가 마무리되는 이 시기에, 한자 '십일(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 자가 두 번 겹치는 '토월 토일(土月 土日)'이 됩니다. 이는 "농업인은 흙에서 태어나 흙을 벗 삼아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전통적인 농업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2) '가래떡데이'의 탄생: 우리 쌀 소비 촉진

빼빼로데이가 전국을 휩쓸자, "상업적인 과자 대신 우리 농산물을 나누자"는 취지의 대안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2003년 안철수연구소(現 안랩)에서 직원들끼리 가래떡을 나눠 먹은 것을 시작으로, 2006년 당시 농림부(現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인의 날'을 널리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가래떡데이'**를 공식적으로 지정하고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막대 과자처럼 길쭉한 모양의 가래떡을 농업인의 날에 나눠 먹으며, 농업의 소중함과 우리 쌀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공익적인 목적을 담고 있습니다.

 

3) 2025년 최신 동향: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홍보

상업적 마케팅의 물량 공세에 밀려 인지도가 낮았던 가래떡데이 역시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올해에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등 정부 기관과 전국 지방자치단체(대구시, 천안시 등)가 주도하여 '올해도 11월 11일은 가래떡데이!' 같은 온라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관의 공식 특징물(캐릭터, 예: 식냥이)을 활용한 증정품(굿즈) 제공, 가래떡 나눔 행사 등을 통해 젊은 세대의 인식을 개선하고 우리 쌀 소비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3. 현명한 소비자의 선택: 의미와 재미의 균형

우리는 11월 11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한쪽은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달콤한 상업적 이벤트이며, 다른 한쪽은 농민의 노고와 우리 쌀의 가치를 되새기는 공익적 캠페인입니다.

빼빼로데이는 친구나 연인과 가볍게 마음을 나누는 '재미있는 사회적 문화'로 기능합니다. 반면 가래떡데이는 우리 식문화의 근간인 '농업의 가치'를 되새기고 농가를 돕는다는 '의미 있는 소비'를 제안합니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 기념일이 같은 날짜에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구들과 빼빼로를 나누며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따뜻한 가래떡을 먹으며 '농업인의 날'의 의미를 한 번쯤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11월 11일, 당신의 선택은?

11월 11일은 대한민국 사회의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날입니다. 기업의 성공적인 마케팅이 만들어낸 소비 문화(빼빼로데이)와, 그에 맞서 우리의 전통적 가치와 공익을 지키려는 노력(가래떡데이, 농업인의 날)이 공존합니다.

2025년 오늘,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고 즐기거나 기념한다면 11월 11일은 더욱 풍성한 하루가 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빼빼로데이는 특정 제과 회사가 만든 날인가요? A1: 아닙니다.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영남 지역 여학생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된 문화입니다. 특정 제과 회사는 이 문화를 포착하여 199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상업 마케팅으로 확산시킨 역할을 했습니다.

Q2: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은 공휴일인가요? A2: 아닙니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농업인의 노고에 감사하는 법정 기념일이지만, 달력에 빨간 날로 표시되는 법정 공휴일은 아닙니다.

Q3: 가래떡데이는 왜 빼빼로데이만큼 유명하지 않은가요? A3: 빼빼로데이가 수십 년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상업적 마케팅(TV 광고, 편의점 진열, K-팝 협업 등)을 통해 강력한 인지도를 구축한 반면, 가래떡데이는 정부 및 공공기관 주도의 공익적 캠페인 성격이 강해 상대적으로 대중적 확산 속도가 더디기 때문입니다.

Q4: 꼭 가래떡만 먹어야 '가래떡데이'를 지키는 것인가요? A4: 아닙니다. 가래떡데이는 '우리 쌀 소비 촉진'이라는 더 큰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래떡뿐만 아니라 떡볶이, 시루떡 등 다른 우리 쌀로 만든 떡이나 밥을 나누는 것도 가래떡데이의 취지에 부합합니다.

 

 

카테고리: 시사/문화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11월11일 #농업인의날 #데이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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