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은 특별한 원인 없이 뇌에 피를 공급하는 주요 혈관인 내경동맥(internal carotid artery)의 끝부분과 그 분지인 전대뇌동맥, 중대뇌동맥이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는 희귀 난치성 뇌혈관 질환입니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뇌 혈류량을 보충하기 위해 뇌 바닥 부분에 '모야모야 혈관'이라고 불리는 가늘고 비정상적인 미세 혈관들이 자라나게 됩니다.
이 비정상적인 혈관들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일본어로 '모야모야(もやも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문제는 이 새로운 혈관들이 매우 약하고 비정상적이어서 쉽게 터지거나(뇌출혈) 막혀서(뇌경색) 심각한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관련 증상을 미리 숙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 모야모야병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모야모야병의 핵심 병태생리는 주요 뇌혈관의 진행성 협착입니다. 우리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가장 굵은 혈관인 내경동맥이 좁아지면, 뇌는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새로운 혈액 공급로를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모야모야 혈관'입니다.
하지만 이 혈관들은 임시방편으로 급조된 만큼 정상 혈관처럼 튼튼하지 못합니다.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기 쉬우며(출혈성 뇌졸중), 동시에 매우 가늘어 혈전 등에 의해 쉽게 막힐 수 있습니다(허혈성 뇌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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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환은 10세 이하의 소아에게서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30~40대 성인에게서 두 번째 발병 봉우리를 보입니다. 발병 시기에 따라 증상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2. 주요 증상: 놓쳐서는 안 될 신호들
모야모야병의 증상은 크게 뇌 혈류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허혈성 증상'**과 비정상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출혈성 증상'**으로 나뉩니다.
소아의 경우 (주로 허혈성 증상)
소아 환자는 대부분 뇌 혈류량이 부족해지면서 일시적인 뇌 기능 마비가 오는 **일과성허혈발작(TIA)**을 경험합니다.
- 과호흡 유발 증상: 뜨거운 음식(라면, 국)을 불어 식히거나, 울거나, 심하게 운동할 때 증상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이는 과호흡으로 인해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뇌혈관이 수축하여 뇌 혈류가 더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 일시적 마비: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둔해집니다.
- 발음 장애: 말이 어눌해집니다.
- 두통 및 경련: 이유 없는 두통이나 발작(경련)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몇 분에서 몇 시간 내에 사라지지만, 이는 뇌졸중의 강력한 경고 신호입니다.
성인의 경우 (출혈성 증상 빈도 증가)
성인 환자는 허혈성 증상도 겪을 수 있지만, 뇌출혈의 위험이 소아보다 훨씬 높습니다. 약한 모야모야 혈관이 높은 성인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되는 것입니다.
- 극심한 두통: 벼락을 맞은 듯한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통이 발생합니다.
- 의식 저하: 의식이 흐려지거나 혼수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 영구적인 마비: 출혈 부위에 따라 팔다리 마비, 언어 장애 등 영구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3. 모야모야병의 원인과 진단 과정
원인: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음
모야모야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동아시아인(특히 한국인, 일본인)에게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국내 모야모야병 환자의 약 15%는 가족력이 있으며, RNF213 유전자의 특정 변이가 강력한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있어도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며, 환경적 요인이나 면역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단: 뇌혈관 상태의 정밀한 확인
모야모야병이 의심되면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진료 하에 정밀 검사를 진행합니다.
- 뇌 자기공명영상(MRI) 및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검사입니다. 뇌 실질의 손상(뇌경색, 뇌출혈) 여부와 함께 내경동맥의 협착 및 모야모야 혈관의 특징적인 소견을 비침습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뇌 컴퓨터단층촬영 혈관조영술(CTA): MRA와 유사하게 뇌혈관의 구조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여 볼 수 있습니다.
- 대퇴동맥 뇌혈관조영술(TFCA): 모야모야병 진단의 **'표준 검사(Gold Standard)'**입니다.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뇌혈관까지 삽입하여 조영제를 주입하며 X-ray로 촬영합니다. 뇌혈관의 협착 정도, 모야모야 혈관의 발달 정도, 측부 순환(우회 혈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뇌 혈류 검사 (SPECT, PET 등): 뇌의 실제 혈류량과 대사 상태를 평가하여 수술 여부 및 예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4. 효과적인 치료 전략과 관리 방안
모야모야병은 좁아진 혈관을 다시 넓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습니다. 치료의 핵심 목표는 새로운 혈류 공급로를 만들어 주어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수술적 치료: 가장 확실한 뇌졸중 예방책
모야모야병의 표준 치료법은 **'혈관 문합술(Bypass surgery)'**입니다. 이는 뇌 바깥쪽의 건강한 혈관을 뇌 안쪽의 혈관에 연결하여 부족한 뇌 혈류를 보충해주는 수술입니다.
- 직접 혈관 문합술 (Direct Bypass):
- 천측두동맥-중대뇌동맥(STA-MCA) 문합술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두피를 지나는 혈관(천측두동맥)을 분리하여 뇌 표면의 혈관(중대뇌동맥)에 직접 미세 현미경으로 연결합니다.
- 수술 즉시 풍부한 혈류를 공급할 수 있어 효과가 빠릅니다.
- 간접 혈관 문합술 (Indirect Bypass):
- 뇌-경막-동맥 성형술(EDAS), 뇌-근육 성형술(EMS) 등이 있습니다. 혈관이 풍부한 두피의 조직이나 근육을 뇌 표면에 덮어주어, 해당 조직에서 뇌 표면으로 서서히 새로운 혈관이 자라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 주로 혈관이 너무 가늘어 직접 연결이 어려운 소아 환자에게 많이 사용됩니다.
- 최근에는 직접 문합술과 간접 문합술을 동시에 시행하여 장점을 극대화하는 복합 문합술도 많이 이루어집니다.
약물 치료: 보조적 관리
약물 치료는 뇌졸중 예방을 위한 보조적인 수단입니다.
- 항혈소판제 (아스피린 등): 허혈성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혈전 생성을 억제하여 뇌경색 위험을 낮추기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 항경련제: 발작이나 경련 증상이 동반될 경우 사용합니다.
- 진통제: 두통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모야모야병은 유전되나요? A: 약 10~15%의 환자에게서 가족력이 발견됩니다. 특히 RNF213 유전자 변이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 중 모야모야병 환자가 있다면, 나머지 가족들도 증상이 없더라도 뇌 MRA 등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2. 수술하면 완치되는 건가요? A: 모야모야병 자체를 없애는 '완치' 개념이라기보다는, 성공적인 수술을 통해 뇌 혈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뇌졸중의 위험을 현저히 낮추는 '관리'의 개념으로 보아야 합니다. 좁아진 원래 혈관은 그대로 있지만, 새로운 우회로가 뇌 기능을 안전하게 유지해주는 것입니다.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은 필수입니다.
Q3.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요? A: 과호흡과 탈수를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심하게 울거나, 악기를 불거나, 격렬한 달리기를 하는 등 숨이 차는 행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피가 끈적해져 뇌경색 위험이 높아지므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관리가 핵심
모야모야병은 희귀하고 어려운 질환이지만, 불치병은 아닙니다. 뇌졸중이라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가 뜨거운 음식을 불다가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성인이 원인 불명의 심한 두통과 함께 신경학적 이상을 느낀다면 즉시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최근 수술 기법의 발달로 모야모야병의 치료 성적은 매우 좋아졌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시의적절한 수술적 치료, 그리고 꾸준한 생활 습관 관리가 동반된다면 뇌졸중의 위험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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